레이놀즈 아내가 선물했다고.
'주의(主義), 교리(敎理)'
작은 팽이는 과연 넘어졌을까?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어떻게 배트맨과 슈퍼맨을 봉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둠스데이의 등장으로 가능해지지만, 이전에 그들이 우선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생긴다. 증오가 함께하는 팀이 팀워크를 발휘할 리는 없으니까. 그래서 영화는 장치를 마련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은 않겠다. 각자 판단하시길 바란다. 나로선 그냥...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싶어 되레 참신한 느낌 정도였다고 말씀드리겠다.
나는 해리 파머가 살인 면허를 지닌 바람둥이 스파이보다 더 세련된 취향의 소유자일 거라고 확신한다. 과연 본드가 직접 쇼핑을 하기는 할까? 머니페니(비서)가 옷장에 채워준 고급 슈트를 가격표도 확인하지 않은 채 꺼내 입는 건 아닐까? 게으른 마초이즘이 남성적인 매력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자신에게 어떤 차림이 어울리는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에게는 어떤 요리를 해줘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는 해리 파머는 제임스 본드로부터 영화 역사상 가장 섹시한 스파이의 타이틀을 빼앗아올 자격이 충분하다.
배트맨 시리즈를 읽다 보면 문득 생각나는 의문이 있다. 알프레드는 대체 언제 잠을 자는 것일까? 이 초로의 집사는 호출하면 언제 어느 때고 또렷한 목소리로 응답하며, 배트맨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일 때 컴퓨터와 레이더 앞에 앉아 밤새도록 그를 지원하고, 위기에 빠지면 어느새 달려와 도와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걸레가 된 배트슈트를 수선하며, 침구를 정리하고, 배트맨이 밥을 먹든 안 먹든 꼬박꼬박 정시에 완벽한 식사를 대령한다(심지어 티타임까지!). 거대한 웨인 저택과 배트케이브, 그리고 배트맨의 모든 장비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배트맨이 활동 중에 겪는 온갖 부상을 치료할 정도의 의술까지 갖춘 신비의 사나이.